하마스 테러범들이 올린 영상... 이스라엘, 하나하나 추적해 제거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 테러 당시 이스라엘 납치현장에서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하마스가 유포한 동영상에 찍힌 하마스 소대장 알리 사미 모하마드 샤크라. 지난 4월12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살해됐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Gaza)지구의 하마스 테러범들이 이스라엘 국경을 넘고 나서, 당시 인근의 ‘노바’ 사막 음악 축제에 참석했던 여성 노아 아르가마니(당시 25세)가 테러범들의 오토바이에 강제로 태워졌다.
“죽이지 말아달라”는 노아의 절규가 담긴 피랍 영상은 테러범들을 통해 소셜 미디어에 번졌다. 여성은 남자친구에게 손을 뻗었지만, 남자친구도 테러범 2명에 붙잡혀 있었다. 이 테러로, 1200여 명이 죽었고, 250여 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노아가 245일만에 석방되고 나서, 그의 남자 친구를 붙잡고 있었던 두 남성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 테러범들에 끌려가면서 "살려달라"던 노아 아르가마니와, 옆에서 테러범 2명에게 붙잡힌 남자친구 아비나탄 오르. 노아는 2024년 6월 구조됐고, 오르는 2025년 10월에 석방됐다./동영상 스크린샷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에는 2025년 이후 가자지구 하마스 조직의 군사령관인 에제딘 알하다드가 사살됐다. 이스라엘 전투기 3대가 가자 시티의 한 아파트와 그곳을 떠나려는 차량에 13발의 폭탄을 떨어뜨렸다. 하다드와 아내, 딸, 민간인 여려 명이 죽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이스라엘 정부는 10ㆍ7 테러 관련자는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계획자, 전투원, 가담자 모두를 색출해 죽이거나 체포하는 태스크포스 ‘닐리(NILI)’를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닐리’는 ‘이스라엘의 영원하신 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네차흐 이스라엘 로 예사케르)’는 구약성경[사무엘상 15장 29절] 히브리어 문장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略字)다. 1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첩보단이 사용했던 이름으로, 10ㆍ7테러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자는 누구도 잊히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심지어 3년 전 그날 이스라엘ㆍ가자 국경 철망을 트랙터로 밀고 넘어간 트랙터 운전기사도 테러 발생 근 2년만에 신원과 위치가 파악됐고, 결국 가자의 한 좁은 거리를 걷다가 공습으로 살해됐다.
‘닐리’ 명단에 오른 이름은 수천 명. 이미 수백 개의 이름이 삭제됐지만, 테러 관련자들은 이스라엘ㆍ하마스 간 휴전이 지켜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한 명씩 명단에서 지워지고 있다.
테러에 관여했다는 2개 이상의 증거만 확보되면, 재판 없이 바로 사살 대상이 된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에얄 자미르참모총장은 16일 “10월7일 학살 가담자 전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테러범들은 이스라엘의 감시 능력과 보복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테러범들과 가담자들은 10월 7일 자신들의 활동 장면을 휴대폰과 고프로(GoPro) 카메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이 영상 데이터는 자신들의 목을 죄는 올무가 됐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가 설치한 '닐리' 팀이 하마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서 확인 추적해서 살해한 당시 테러범들.
WSJ에 따르면, IDF 정보기관과 이스라엘 정보ㆍ보안기관 신베트(샤바크) 요원들은 테러범들이 올린 영상을 면밀히 분석한다.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돌려 영상 속 인물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감청한 통화 내용에서 관련자를 찾는다. 휴대전화 기지국 기록에 남은 위치 정보를 분석하고, 가자 점령 기간 중에 억류한 주민들을 심문해 이들 테러범의 구체적인 역할을 밝혀낸다.
누구를 닐리의 명단에 올릴지를 결정하기까지는 길게는 수개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WSJ는 “닐리 태스크포스는 은신 중인 테러범과 접촉하는지를 살피기 위해 그 친구와 가족들의 일상 이동 경로까지 추적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12일에는 하마스의 한 소대장이 살해됐다. 그는 10월7일 사막 음악축제 납치 현장을 지나는 차량 창문 밖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었고, 이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 IDF는 이 테러범이 4명의 인질 납치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측은 이러한 추적 살해는 “이스라엘이 지난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행해온 초법벅인 처형, 조직적 살해 정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의 이런 살해 방식은 국제법상 논란이 될 수 있다. 누가 하마스 전투원이고 누가 민간인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 전시(戰時)에도 범죄 혐의를 받는 민간인은 체포해 재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수백일 만에 풀려난 이스라엘인 인질 사이에서도 테러범의 처형은 “내 인생에서 매우, 매우 중요한 마침표” “보복이 뭘 의미하는지…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 등 반응이 엇갈린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국제법상 적대행위에 참여한 민간인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IDF의 전(前)정보장교 마이클 밀슈타인은 WSJ에 “중동에서 복수는 담론의 중요한 일부다. 주위 사람이 당신을 얼마나 진지하게 보느냐와 관련된 문제다. 불행하게도 그게 이 지역의 언어”라고 말했다.
신베트의 전 고위 관리였던 샬롬 벤 하난은 WSJ에 “미래의 모든 적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는, 그런 테러 작전의 대가가 무엇인지 재고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